[NSW] 거짓말쟁이 공주와 눈먼 왕자

※이 글과 본문 내에 링크 걸려있는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없습니다. 게임 극초반의 인트로에 해당하는 부분 뿐입니다.



어떤 게임인지 알고 싶으시다면

를 한번 봐주시면 좋을거 같네요. 저도 저 글을 읽고 관심을 가졌으며, 워낙 소개를 찰떡같이 잘 하시는 분이라 제가 소개글을 써도 저 이상의 것이 나올거 같지는 않아서 링크겁니다.

그래도 간략하게나마 적어보자면

마수들이 우글거리는 숲에서 자신의 흉측한 외모와는 다르게 아름다운 목소리로 노래 부르는걸 즐기던 늑대괴물이 있었고
그 고운 노랫소리에 누가 부르는 노래인지도 모르는 채 팬이 되어버린 귀여운 왕자님이 있었습니다.
왕자는 누가 부르는 노래인지를 보고 싶었는지 기어코 노랫소리를 따라 찾아왔지만,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이기 싫었던 늑대는 그 과정에서 왕자의 눈을 다치게 하고 맙니다.
왕자는 양 눈이 실명되어버려서 왕국에서도 더 이상 왕자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했는지 초라한 꼴로 왕궁구석에 유폐되버렸고, 그 모습에 자책하던 늑대는 댓가를 지불하면 무엇이든 바라는 것을 이루어준다는 마녀에게 찾아가서 자신의 노래를 댓가로 인간 모습으로 변신할 수 있는 능력을 얻게됩니다. 자신이 왕자를 다치게했던 순간, 왕자에게 느껴졌던 그 끔찍한 손길을 왕자가 무서워했기에 왕자와 함께하려면 인간의 모습을 할 수 밖에 없었던거죠. 그리고 인간의 모습으로 왕자를 찾아가 손을 잡고 데리고 나옵니다. '숲의 마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대. 너의 눈도 고칠 수 있을거야. 내가 거기까지 널 데려갈게.' 하고 말이죠.





귀엽습니다. 




기본상태에서는 뚱-한 공주와 조금 겁먹은듯 보이는 왕자가 손잡으면 미소짓는게 매우 몹시 귀엽습니다.




게임 내 설명으로는 무시무시한 존재일지 모르지만 늑대괴물의 모습도 꽤 귀엽습니다.



게임 장르적으로는 퍼즐+플랫포머입니다. 적 몬스터도 조금 있는데 대부분은 늑대형태에서 손톱으로 두세번 긁어주면 죽습니다. 늑대상태에서는 왕자의 손을 잡고 데리고 갈 수 없기 때문에 공주로 변신해야 하는데, 이 상태로 마구 전진하는 것을 막아주는 역할에 가깝습니다.
여러 면에서 늑대형태가 신체능력이 우월합니다. 몬스터를 잡는 것도 그렇고, 점프능력도 공주의 두배쯤. 높은데서 떨어지게 되면 공주상태에서는 죽거나 한참을 엎어져서 낑낑거리는데 늑대는 그런 것도 없습니다. 늑대상태에서 공격버튼=할퀴기로만 작동시킬 수 있는 장치들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기본적으로는 왕자를 안전한 곳에 세워두고 늑대상태로 한참 헤집고 다니면서 왕자를 데려오지 않으면 더 이상 진행하지 못하는 곳까지 탐색을 해본 다음(겸사겸사 왕자에게 위협적인 몬스터도 죽여놓고) 퍼즐을 풀면서 왕자를 데려오고, 또 다시 왕자를 세워놓고 늑대로 탐색하고 하는 식으로 진행하는게 유효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늑대만 할 수 있는 일, 공주만 할 수 있는 일, 자신은 할 수 없고 왕자에게 지시를 내려서만 할 수 있는 일이 꽤 균형적으로 배치되어 있기에 조작하는 맛은 제법 있는 편입니다. 




그리 많지 않은 스테이지수에서 보이듯 게임의 분량은 짧은 편입니다. 8-4 까지는 있을거 같았던 마리오가 5-2스테이지쯤에서 갑자기 엔딩이 나와버리는 느낌. 위에서도 언급했듯 할 수 있는 일의 세분화에 따른 조작하는 맛이 꽤 있는 편이기 때문에 조금 몰입해서 스테이지를 클리어해나가다보면 남은 분량이 순식간에 줄어드는게 팍팍 와닿습니다. 스테이지명 옆에 붙어있는 꽃잎조각이나 꽃송이를 수집하는 부가적인 컨텐츠가 있긴 하지만 플랫포머 요소보다는 퍼즐적인 요소가 강해서 맵 자체가 넓지 않기 때문에 찾아내는게 어렵지 않은 편입니다. 시나리오적으로 각 단락 사이에 괴물인 공주와 인간인 왕자 사이의 가치관 차이, 편견, 그로 인한 심적 고통 같은게 나타나는데, 너무 빠르게 시나리오를 절정으로 끌고가지 말고 그런 차이를 보여주는 에피소드를 몇개 더 넣어가면서 퍼즐 스테이지도 좀 더 많이 넣어줬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큽니다.


지극히 개인적으로는 엔딩을 보면서 '이게 어디가 '메데타시 메데타시' 냐!' 하는 생각이었지만, 그거는 시나리오의 개인 호불호에 가깝겠죠. 실제로 제 친구는 깔끔하게 잘 끝났다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게임을 서술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빼놓을 수가 없군요. 늑대, 공주, 왕자, 엑스트라, 나레이션의 성우를 따로 쓰지 않고, 단 한명의 성우가 동화책을 읽어주듯 구연동화를 하며 풀어나가는 방식입니다. 그게 의도한 바인지, 제작비 절감의 일환이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굉장히 맘에 들었습니다. 적어도 이 게임의 분위기를 내는데에는 크게 한몫 했다고 봐요.


결국 이 게임의 가장 큰 문제는 분량과 가격입니다. 수집요소를 모두 달성하면서 엔딩 보는데까지 6시간 걸렸습니다. 이 게임의 정식 발매가는 59800원이구요. 플레이타임 1시간당 약 1만원. 한번 저기까지 달성하고 나면 다시 2회차를 뛸만한 요소는 없습니다. 일부스테이지의 타임어택이나 불살클리어 같은 트로피가 존재하긴 하는데, 트로피에 추가보상으로 무언가 걸려있지 않은 상황에서 까다로운 일부 트로피를 따서 올 트로피 달성의 만족감만을 목표로 하는걸 플레이타임에 더하기도 좀 그러네요.

가격이 3만원대 중반에 스테이지 볼륨이 좀 더 커져서 플레이타임 10~12시간 정도만 나왔더라면 지금보다 평가가 훨신 좋은 게임이 되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수집요소들을 모아서 볼 수 있는 설정화들 중 일부. 캐릭터들 매력적으로 잘 만들어놨고, 다른 배경설정화들 보면 게임 내에서 다루지 않은 부분들까지 꽤 자세히 잡혀있습니다. 물론 게임에 반영되지 않을 설정들도 잔뜩 만들어놓고 그 중에 추려서 게임을 만들게 되겠지만, 반대로 이 특전으로 보여준 설정화들에도 채 담기지 못한 내용들이 묻어나오는걸 보면 애초 기획때는 훨신 거대한 몸집을 가지고 있지 않았을까도 추측해봅니다. 역시 분량이 아쉬워집니다. 


게임은 권할만합니다. 이미 매장들에서는 가격이 덤핑되어버리기도 했구요. 6만원에 구매한다면 지갑과 속이 좀 쓰릴 수도 있는 게임이겠습니다만, 3만원 안쪽으로 구매할 수 있다면 즐겨볼만도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서점에서 그림 동화책 한권을 사도 만원 전후쯤은 할텐데, 움직이고 소리나는 동화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