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07월 0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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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이 태양의 굿나잇 키스를 받아 발그스름하게 물들고 있었다.
오늘도 엄청나게 덥구나- 라고 아무도 없는 의정부 삼촌집에서 중얼거리며 에어컨의 운전 버튼을 누르고는 침대위로 몸을 던졌다.
아무런 예정도, 일정도 없는 멍한 저녁이었다.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다.
어지간하면 모르는 번호는 잘 안받는다. 반은 잘못 걸린 전화고 반은 광고 전화고.
받을까 말까 벨이 다섯 번 정도 울릴 때까지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XX사 에어컨을 사용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AA사 에어컨으로 바꾸실 생각 없냐는 전화였다.
기가 막히지. 내가 에어컨 뭐 쓰는지는 어떻게 알았고,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관심 없다고 말하고 뚝 끊으려는 찰나 갑자기 전화기 반대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까 그 사람? 아니, 완전히 다른 사람 목소리였다. 쾌활하게 들려오던 수화기속 여성의 목소리가 중저음의 그것도 일부러 내리깔은 흔적이 역력한 남성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아파트 건물을 나와라. 그대로 건물 뒤로 돌아서 쭉 가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출구로 나가면 상가거리가 있을거다. 길을 건너서 상가거리 좌측에 별내림 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찾아라. 그 간판을 끼고 그대로 건물 뒤로 돌아와라. 거기에 찾는 물건이 있을거다. 오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친다.
뭐라고? 갑자기 에어컨 상담 전화에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협박 전화가 나오는거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일방적인 선언을 해버리고 전화는 뚝 끊어졌다. 발신자 번호로 황급히 다시 전화를 걸어보아도 발신음만 떨어질 뿐 통화는 되지 않는다.
결국 아파트 건물을 뛰쳐나왔다. 왜 나한테 이런 전화가 왔는지 눈곱만큼도 짚히는 데는 없었지만, 뭔가 위험한 일일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로 가서 누군가가 다칠 위험이 없어지면 그걸로 좋은거고, 장난전화 같은거였으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다행이다. 사실 두려움보다는 흥미에 대한 두근거림이 더 컸다. 뭘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어디보자, 뒤로 돌아서 쭉...그리고 왼쪽 출구랬던가.
빽빽한 아파트 단지의 정글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메고 헤메서, 그 자가 말한게 여기인가 싶을 상가거리에 이르렀다. 사실 여기도 확신은 없었다.
길을 건넜다. 그리고 상가를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다.
별내림, 별내림이라...특이한 이름이네. Starfall 인가.
상가거리는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별내림이라는 이름의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가게들에는 지나칠 정도의 활기가 돌고 있었다. 사람도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만족스러운 듯 구매한 상품을 들고 나서는 손님들, 즐거운 듯 물건을 계산하는 가게 주인들.
결국 난 지칠대로 지쳐서 아 이제 더 이상은 몰라-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무심코 바라본 길 건너편에는 꽤 근사해보이는 팥빙수 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래, 좀 식히고 생각해보자.
다시 터덜터덜 길 건너편으로 되돌아갔다. 내 몸의 기운을 이 거리에 빼앗겨 버린 듯이.
가게로 들어서니 이 쪽은 꽤 훌륭하게 생긴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반대편과는 또 다른 한산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적당히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평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빙수를 하나 주문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까까지 내가 열심히 찾아헤메던 길건너편 상가거리를 눈으로 다시 훑기 시작했다.
상가 뒷편에서 불빛 하나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힘차긴 하지만, 이미 완전히 검어진 캄캄한 하늘을 밝히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빛.
힘차긴 하지만, 한껏 활기차오른 거리의 불빛을 가리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빛.
펑- 예쁜 불꽃, 아니 별꽃이 검은 하늘을 수놓았다.
그 순간만은 하늘도, 땅도, 사람도 별꽃만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천천히, 별들은 하늘에서 땅을 향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불꽃이 솟아올랐다. 아니, 조금 달랐다. 별꽃이 아니었다. 불꽃이었다.
마치, 마치 전쟁영화에서나 볼 것 같았던 폭염. 하늘을 태워버릴 듯 솟아오르는 불기둥.
불기둥은 그대로 상가를 덮쳤다.
창문 유리가 터져나갔다. 건물 내의 타오르던 집기들이 밀려들어오는 공기와 만나며 뜨거운 사랑을 과시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옥이 펼쳐졌다.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 불타오르는 사람들.
타오르는 건물 사이로 별내림 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저기 있었구나. 왜 못찾았지.
내가 길을 헤메지 않고, 딴 곳으로 새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찾아내었다면 이 불기둥은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었을까.
나의 눈 앞에서 사람을 땔감으로 타고 있는 불꽃을, 그저 조용히 몸을 떨며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내 옆에 P님이 의자를 빼고 앉았다. 굉장히 오랫만에 뵙는 분이었는데 위화감이 없었다.
P님 역시 타오르는 창밖을 보면서 굉장히 큰일이라는 듯, 또는 별 것 아니라는 듯 혀를 찼다.
P님의 표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이거 어디 무서워서 한국에서 살 수 있겠어요? 마침 저는 한동안 일본에 가게 될 거 같네요.
그런데 아이들은 데려가지 못할거 같아요. 아이들을 지리산에 맡기려고 했어요.
내일은 지리산쪽으로 여행을 떠날거에요.
에? 지리산? 갑자기 지리산은 왜요?
태연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P님의 말투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P님을 알게 된지 오래된 건 결코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P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을 뜨실 분도 아니었고, 아이들을 놔두고 가실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한 순간에 세상이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래, 의정부 집 주위에 저런 상가거리는 없어. 이건 차라리 내가 버스탈 때 기다리던 퇴계원의 거리랑 비슷하지.
내가 의정부 집 주위에서 길을 잃을 이유가 없잖아? 난 이 근처의 지리를 모두 꿰고 있어.
의정부 집에는 에어컨이 달려있지 않아. 창문의 방향때문에 석양 하늘이 그렇게 잘 보이지도 않아. 지독하게 덥다는 것은 같지만.
P님은 일하시느라 바쁜 분인데, 이런 곳에 계실 리가 없지. 의정부까지 오실 일은 더더욱 없을테고.
어? 그런데 내가 왜 의정부 집에 와 있지?
천천히, 비현실의 눈을 뜨자, 현실이 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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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6, 새벽의 꿈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정도로 생생하고 컬러풀하고 사운드까지 겸비했던 꿈은 꽤 오랫만이네요.
덕분에 늦잠 자버렸습니다.
왜 나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꿈 속에 찬조출현 해주셔서 꿈 깨는데 일조해주신 P님께 감사드립니다 :) ...근데 P님이 이 글을 보실려나?
오늘도 엄청나게 덥구나- 라고 아무도 없는 의정부 삼촌집에서 중얼거리며 에어컨의 운전 버튼을 누르고는 침대위로 몸을 던졌다.
아무런 예정도, 일정도 없는 멍한 저녁이었다.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다.
어지간하면 모르는 번호는 잘 안받는다. 반은 잘못 걸린 전화고 반은 광고 전화고.
받을까 말까 벨이 다섯 번 정도 울릴 때까지 고민하다가 핸드폰을 귀에 가져다댔다.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XX사 에어컨을 사용하고 계신 걸로 알고 있는데, AA사 에어컨으로 바꾸실 생각 없냐는 전화였다.
기가 막히지. 내가 에어컨 뭐 쓰는지는 어떻게 알았고, 내 핸드폰 번호는 어떻게 알았지.
관심 없다고 말하고 뚝 끊으려는 찰나 갑자기 전화기 반대편의 목소리가 바뀌었다.
아까 그 사람? 아니, 완전히 다른 사람 목소리였다. 쾌활하게 들려오던 수화기속 여성의 목소리가 중저음의 그것도 일부러 내리깔은 흔적이 역력한 남성의 목소리로 바뀌었다.
아파트 건물을 나와라. 그대로 건물 뒤로 돌아서 쭉 가다가 왼쪽으로 보이는 아파트 단지 출구로 나가면 상가거리가 있을거다. 길을 건너서 상가거리 좌측에 별내림 이라고 쓰여진 간판을 찾아라. 그 간판을 끼고 그대로 건물 뒤로 돌아와라. 거기에 찾는 물건이 있을거다. 오지 않으면 누군가가 다친다.
뭐라고? 갑자기 에어컨 상담 전화에서 왜 이런 말도 안되는 협박 전화가 나오는거야? 여보세요? 여보세요?
일방적인 선언을 해버리고 전화는 뚝 끊어졌다. 발신자 번호로 황급히 다시 전화를 걸어보아도 발신음만 떨어질 뿐 통화는 되지 않는다.
결국 아파트 건물을 뛰쳐나왔다. 왜 나한테 이런 전화가 왔는지 눈곱만큼도 짚히는 데는 없었지만, 뭔가 위험한 일일거라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에 뭐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거기로 가서 누군가가 다칠 위험이 없어지면 그걸로 좋은거고, 장난전화 같은거였으면 그것도 그거 나름대로 다행이다. 사실 두려움보다는 흥미에 대한 두근거림이 더 컸다. 뭘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
어디보자, 뒤로 돌아서 쭉...그리고 왼쪽 출구랬던가.
빽빽한 아파트 단지의 정글 속으로 몸을 던졌다.
그리고, 길을 잃었다.
한참을 헤메고 헤메서, 그 자가 말한게 여기인가 싶을 상가거리에 이르렀다. 사실 여기도 확신은 없었다.
길을 건넜다. 그리고 상가를 하나씩 훑어보기 시작했다.
별내림, 별내림이라...특이한 이름이네. Starfall 인가.
상가거리는 걸어도 걸어도 끝이 보이지 않았다. 별내림이라는 이름의 간판도 보이지 않았다.
가게들에는 지나칠 정도의 활기가 돌고 있었다. 사람도 굉장히 많은 편이었다.
만족스러운 듯 구매한 상품을 들고 나서는 손님들, 즐거운 듯 물건을 계산하는 가게 주인들.
결국 난 지칠대로 지쳐서 아 이제 더 이상은 몰라- 하는 심정이 되어버렸다.
무심코 바라본 길 건너편에는 꽤 근사해보이는 팥빙수 가게가 하나 있었다. 그래, 좀 식히고 생각해보자.
다시 터덜터덜 길 건너편으로 되돌아갔다. 내 몸의 기운을 이 거리에 빼앗겨 버린 듯이.
가게로 들어서니 이 쪽은 꽤 훌륭하게 생긴 가게임에도 불구하고 거리 반대편과는 또 다른 한산함이 자리잡고 있었다.
적당히 창가쪽 자리에 앉아서, 평소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빙수를 하나 주문했다.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면서 아까까지 내가 열심히 찾아헤메던 길건너편 상가거리를 눈으로 다시 훑기 시작했다.
상가 뒷편에서 불빛 하나가 힘차게 솟아올랐다.
힘차긴 하지만, 이미 완전히 검어진 캄캄한 하늘을 밝히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빛.
힘차긴 하지만, 한껏 활기차오른 거리의 불빛을 가리기에는 너무나도 미약한 빛.
펑- 예쁜 불꽃, 아니 별꽃이 검은 하늘을 수놓았다.
그 순간만은 하늘도, 땅도, 사람도 별꽃만을 바라보는 것 같았다.
천천히, 별들은 하늘에서 땅을 향해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두 번째 불꽃이 솟아올랐다. 아니, 조금 달랐다. 별꽃이 아니었다. 불꽃이었다.
마치, 마치 전쟁영화에서나 볼 것 같았던 폭염. 하늘을 태워버릴 듯 솟아오르는 불기둥.
불기둥은 그대로 상가를 덮쳤다.
창문 유리가 터져나갔다. 건물 내의 타오르던 집기들이 밀려들어오는 공기와 만나며 뜨거운 사랑을 과시했다.
그다지 크지 않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지옥이 펼쳐졌다.
건물에서 뛰어내리는 사람들, 불타오르는 사람들.
타오르는 건물 사이로 별내림 이라는 간판이 보였다. 저기 있었구나. 왜 못찾았지.
내가 길을 헤메지 않고, 딴 곳으로 새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기어코 찾아내었다면 이 불기둥은 없었던 일이 될 수 있었을까.
나의 눈 앞에서 사람을 땔감으로 타고 있는 불꽃을, 그저 조용히 몸을 떨며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
내 옆에 P님이 의자를 빼고 앉았다. 굉장히 오랫만에 뵙는 분이었는데 위화감이 없었다.
P님 역시 타오르는 창밖을 보면서 굉장히 큰일이라는 듯, 또는 별 것 아니라는 듯 혀를 찼다.
P님의 표정은, 읽을 수가 없었다.
이거 어디 무서워서 한국에서 살 수 있겠어요? 마침 저는 한동안 일본에 가게 될 거 같네요.
그런데 아이들은 데려가지 못할거 같아요. 아이들을 지리산에 맡기려고 했어요.
내일은 지리산쪽으로 여행을 떠날거에요.
에? 지리산? 갑자기 지리산은 왜요?
태연한 듯 아무렇지 않은 듯 말하는 P님의 말투는 너무나 비현실적이었다.
P님을 알게 된지 오래된 건 결코 아니지만, 내가 알고 있는 P님은 아무렇지도 않게 한국을 뜨실 분도 아니었고, 아이들을 놔두고 가실 분은 더더욱 아니었다.
한 순간에 세상이 나에게로 몰려들었다.
그래, 의정부 집 주위에 저런 상가거리는 없어. 이건 차라리 내가 버스탈 때 기다리던 퇴계원의 거리랑 비슷하지.
내가 의정부 집 주위에서 길을 잃을 이유가 없잖아? 난 이 근처의 지리를 모두 꿰고 있어.
의정부 집에는 에어컨이 달려있지 않아. 창문의 방향때문에 석양 하늘이 그렇게 잘 보이지도 않아. 지독하게 덥다는 것은 같지만.
P님은 일하시느라 바쁜 분인데, 이런 곳에 계실 리가 없지. 의정부까지 오실 일은 더더욱 없을테고.
어? 그런데 내가 왜 의정부 집에 와 있지?
천천히, 비현실의 눈을 뜨자, 현실이 내 눈에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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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0706, 새벽의 꿈을 재구성했습니다.
이 정도로 생생하고 컬러풀하고 사운드까지 겸비했던 꿈은 꽤 오랫만이네요.
덕분에 늦잠 자버렸습니다.
왜 나오셨는지는 모르겠지만 꿈 속에 찬조출현 해주셔서 꿈 깨는데 일조해주신 P님께 감사드립니다 :) ...근데 P님이 이 글을 보실려나?
# by | 2009/07/06 12:32 | 창작공간 | 트랙백 | 덧글(10)





그런 꿈도 꾸고 부럽다.